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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계숙의 미국땅, 한국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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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럼리스트: 이계숙 • (http://www.kyesook.com) -
미국 이민 17년째 |
글 수 22
"사람을 쓰면 되쟎아, 아님 직장을 그만 두던지."
오후 1시로 잡혀 있는 점심약속을 맞추기 위해 혼자 콩튀듯 팥튀듯 청소를 하던 중 거실에서 느긋하게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들은 대답이다.
누가 사람을 쓸 줄 몰라서 못쓰나, 돈 나가는 건 둘째치고 누가 성심성의껏 자기일 같이 해 줄 것이며 요즘 세상에 누굴 믿고 남의 식구를 집안에 들이나. 그리고 집안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다니, 어떻게 들어 간 직장인데....
어이가 없어 팔에 힘이 스르르 빠진다.
결혼 10년 만에 생전 처음으로 도와달 라는 부탁을 했는데 어떻게 저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성질난 김에 고무장갑을 훌렁 벗어 씽크대에 팽개치고 식탁에 털썩 앉는다.
분해서 눈물까지 찔끔 나오려 한다.
이제 사십대 초반인 나는 90살 노인이나 갖고 있을 법한 고루한 사고방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집안 일은 여자가,바깥 일은 남자가' 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자와 남자는 다른 쓰임새를 가지고 다른 몸으로 태어났으니 아무리 세상
이 변했다해도 여자가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여자가 해야 하고 또 남자가 할 일은 반드시 남
자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여지껏 살았다.
고로, 나는 결혼생활 10년 동안 단 한번도 남편에게 설거지나 빨래, 집안청소를 시켜본 적
이 없다.그런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일 뿐더러 남편이 어설프게 도와 줘
봤자 오히려 두 번 손이 가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나 혼자 내 방식대로 뚝딱 해치우는 게
낫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집안 일을 시키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집안 일 하는 걸 참 좋아하기 때문이
기도 하다.특히 집안 일 중에도 청소하는 일을 나는 매우 좋아했는데 우리집에 전화하는
사람들의 첫 마디가 '뭐해? 또 청소 해?' 일 정도로 나의 집안 청소는 유명했다.
"야야, 대강좀 해라 ,너무 그렇게 쓸고 닦으면 복 달아 난다."
"둘만 사는 집에 뭐 그리 할 게 있다고 매일 청소냐, 청소가?"
사람들은 생긴 것 답쟎게 내가 유난을 떤다고 했지만 그들은 몰랐다.
투명하게 닦여진 거울과 유리창을 보면서, 뽀득뽀득 그릇을 소리나게 닦으면서 ,말끔하게
걸레질 한 부엌바닥을 맨발로 디디면서, 그리고 방끔 건조기에서 나온 빨래를 가즈런히 서
랍에 개켜놓으면서 내가 느끼는 삶의 희열을 그들은 몰랐다.
반짝반짝,정갈하게 청소 된 거실에 앉아 마시는 차 한잔의 행복을 그들은 몰랐다.
아아,이 세상에서 살림하는 일, 청소하는 일 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최근에 생각이 달라졌다.
나이가 들어서인지(?)청소일을 비롯한 집안 일이 예전처럼 재미있지가 않다.
점점 무거운 짐으로 느껴진다.
혼자서 방 네 개, 화장실 세 개의 넓은 집안을 치우는 일이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하면서 누
군가가 좀 도와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 진다.
물 때 낀 저 화장실 변기 누가 닦아 주었으면,강아지 발자국으로 어지러운 저 현관바닥 누
가 좀 말끔히 걸레질 해 주었으면,아이고,차라리 김치찌개를 끊이지 말 걸,스토브에 눌어
붙은 저 김치찌개 국물, 누가 좀 닦아 주었으면....
예전 같으면 1,2시간이면 혼자서 느끈하게 다 해 치울 집안 일을 어떤 땐 서너시간 걸리고
도 끝을 맺지 못한다.
재미있지 않으니 능률도 오르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기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지만 내가 결벽증 비스무리한 성격이기 때문에 집안이 정돈되
어 있지 않으면 견디지를 못한다.언젠가도 한번 밝힌 적이 있지만 이 남편이란 인간이 좀 어
질러대는 편인가.그러니 단 하루도 청소를 거르지를 못하는 것이다.
오늘 토요일 아침, 하고 싶지 않은 청소를 마지못해 뭉기적 거리며 하다가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야 허둥지둥 일을 서둘렀다. 아무래도 약속시간까지 다 끝낼수 없을 것 같아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그런 인정머리 없는 대답을 듣고 말았던 것이다.
내 표정이 변했다는 걸 눈치챘는지 남편은 텔레비젼을 끄고 탁자에 놓여있던 신문을 주섬
주섬 줍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10년동안 집안일에 손을 놓았기 때문에 다시 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하려해도 하는 방법을 다 잊어버렸으니 자기한테 도와달라는 소리를 하지 말란다.그래도
양심은 있어 미안한 생각은 들었는지 '그러기에 첨에 도와준다고 했을 때 왜 마다했느냐'며
집안일에 일절 손을 안대게 된 게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한다.
그의 말대로 내 잘못도 있다.
처음 결혼했을 때 미국남자가 그러듯 남편도 집안일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내가 청소기를 들면 자기는 걸레질을 했고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깨끗이 씻어 엎어놓
을 정도로 집안일에 익숙한 남자였었다.
그랬는데 앞에 말한대로 내가 그의 버릇을 망쳐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만 해도 억울한 건 내가 집안일을 전담하는 것을 남편이 첨엔 굉장히 미안해
하고 고마워하는 것 같더니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혼자서 걸레질하고 배큠하고 빨래바구니를 들고 바쁘게 왔다갔다 해도 그는 텔레비젼 앞
에서, 혹은 컴퓨터 앞에 앉아 고개 한번 안 돌린다.
니가 자청한 일이니까 니가 다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안일을 잘 하게끔 초장에 길을 잘 들여 놓을 걸.'
누가 그랬다.
'남편이나 아내는 첨에 길을 잘 잡아야지 그러쟎으면 평생 고생이다' 라고.
첨에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실소를 금치못했었다.
'강아지도 아니고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끼리 길을 들이다니 무슨 길?'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이 진짜 명언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즈즘이다.
이민 17년의 주부가 쓴 미국 생활 이야기가 http://kyesook.com 에 더 있습니다.
오후 1시로 잡혀 있는 점심약속을 맞추기 위해 혼자 콩튀듯 팥튀듯 청소를 하던 중 거실에서 느긋하게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들은 대답이다.
누가 사람을 쓸 줄 몰라서 못쓰나, 돈 나가는 건 둘째치고 누가 성심성의껏 자기일 같이 해 줄 것이며 요즘 세상에 누굴 믿고 남의 식구를 집안에 들이나. 그리고 집안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다니, 어떻게 들어 간 직장인데....
어이가 없어 팔에 힘이 스르르 빠진다.
결혼 10년 만에 생전 처음으로 도와달 라는 부탁을 했는데 어떻게 저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성질난 김에 고무장갑을 훌렁 벗어 씽크대에 팽개치고 식탁에 털썩 앉는다.
분해서 눈물까지 찔끔 나오려 한다.
이제 사십대 초반인 나는 90살 노인이나 갖고 있을 법한 고루한 사고방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집안 일은 여자가,바깥 일은 남자가' 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자와 남자는 다른 쓰임새를 가지고 다른 몸으로 태어났으니 아무리 세상
이 변했다해도 여자가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여자가 해야 하고 또 남자가 할 일은 반드시 남
자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여지껏 살았다.
고로, 나는 결혼생활 10년 동안 단 한번도 남편에게 설거지나 빨래, 집안청소를 시켜본 적
이 없다.그런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일 뿐더러 남편이 어설프게 도와 줘
봤자 오히려 두 번 손이 가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나 혼자 내 방식대로 뚝딱 해치우는 게
낫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집안 일을 시키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집안 일 하는 걸 참 좋아하기 때문이
기도 하다.특히 집안 일 중에도 청소하는 일을 나는 매우 좋아했는데 우리집에 전화하는
사람들의 첫 마디가 '뭐해? 또 청소 해?' 일 정도로 나의 집안 청소는 유명했다.
"야야, 대강좀 해라 ,너무 그렇게 쓸고 닦으면 복 달아 난다."
"둘만 사는 집에 뭐 그리 할 게 있다고 매일 청소냐, 청소가?"
사람들은 생긴 것 답쟎게 내가 유난을 떤다고 했지만 그들은 몰랐다.
투명하게 닦여진 거울과 유리창을 보면서, 뽀득뽀득 그릇을 소리나게 닦으면서 ,말끔하게
걸레질 한 부엌바닥을 맨발로 디디면서, 그리고 방끔 건조기에서 나온 빨래를 가즈런히 서
랍에 개켜놓으면서 내가 느끼는 삶의 희열을 그들은 몰랐다.
반짝반짝,정갈하게 청소 된 거실에 앉아 마시는 차 한잔의 행복을 그들은 몰랐다.
아아,이 세상에서 살림하는 일, 청소하는 일 만큼 재미있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최근에 생각이 달라졌다.
나이가 들어서인지(?)청소일을 비롯한 집안 일이 예전처럼 재미있지가 않다.
점점 무거운 짐으로 느껴진다.
혼자서 방 네 개, 화장실 세 개의 넓은 집안을 치우는 일이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하면서 누
군가가 좀 도와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 진다.
물 때 낀 저 화장실 변기 누가 닦아 주었으면,강아지 발자국으로 어지러운 저 현관바닥 누
가 좀 말끔히 걸레질 해 주었으면,아이고,차라리 김치찌개를 끊이지 말 걸,스토브에 눌어
붙은 저 김치찌개 국물, 누가 좀 닦아 주었으면....
예전 같으면 1,2시간이면 혼자서 느끈하게 다 해 치울 집안 일을 어떤 땐 서너시간 걸리고
도 끝을 맺지 못한다.
재미있지 않으니 능률도 오르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기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지만 내가 결벽증 비스무리한 성격이기 때문에 집안이 정돈되
어 있지 않으면 견디지를 못한다.언젠가도 한번 밝힌 적이 있지만 이 남편이란 인간이 좀 어
질러대는 편인가.그러니 단 하루도 청소를 거르지를 못하는 것이다.
오늘 토요일 아침, 하고 싶지 않은 청소를 마지못해 뭉기적 거리며 하다가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야 허둥지둥 일을 서둘렀다. 아무래도 약속시간까지 다 끝낼수 없을 것 같아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그런 인정머리 없는 대답을 듣고 말았던 것이다.
내 표정이 변했다는 걸 눈치챘는지 남편은 텔레비젼을 끄고 탁자에 놓여있던 신문을 주섬
주섬 줍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10년동안 집안일에 손을 놓았기 때문에 다시 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하려해도 하는 방법을 다 잊어버렸으니 자기한테 도와달라는 소리를 하지 말란다.그래도
양심은 있어 미안한 생각은 들었는지 '그러기에 첨에 도와준다고 했을 때 왜 마다했느냐'며
집안일에 일절 손을 안대게 된 게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한다.
그의 말대로 내 잘못도 있다.
처음 결혼했을 때 미국남자가 그러듯 남편도 집안일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내가 청소기를 들면 자기는 걸레질을 했고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깨끗이 씻어 엎어놓
을 정도로 집안일에 익숙한 남자였었다.
그랬는데 앞에 말한대로 내가 그의 버릇을 망쳐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만 해도 억울한 건 내가 집안일을 전담하는 것을 남편이 첨엔 굉장히 미안해
하고 고마워하는 것 같더니 지금은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혼자서 걸레질하고 배큠하고 빨래바구니를 들고 바쁘게 왔다갔다 해도 그는 텔레비젼 앞
에서, 혹은 컴퓨터 앞에 앉아 고개 한번 안 돌린다.
니가 자청한 일이니까 니가 다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안일을 잘 하게끔 초장에 길을 잘 들여 놓을 걸.'
누가 그랬다.
'남편이나 아내는 첨에 길을 잘 잡아야지 그러쟎으면 평생 고생이다' 라고.
첨에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실소를 금치못했었다.
'강아지도 아니고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끼리 길을 들이다니 무슨 길?'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이 진짜 명언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즈즘이다.
이민 17년의 주부가 쓴 미국 생활 이야기가 http://kyesook.com 에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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