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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이계숙의 미국땅, 한국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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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럼리스트: 이계숙 • (http://www.kyesook.com) -
미국 이민 17년째 |
글 수 22
외출했다 좀 늦게 돌아왔더니 온 집안의 불이 대낮같이 환하다.
방이란 방의 불, 목욕탕, 하다 못해 차고까지 온 집안의 불은 모조리 다 커져있다. 게다가 거실의 텔레비젼은 보는 사람도 없이 혼자 왕왕 떠들고 있다.
이럴 때 화가 안난다면 그는 인간이 아닐 것이다.
열이 머리끝까지 뻗치는 동시에 "손가락이 부러졌냐? 왜 이놈의 불을 못끄냐?" 는 고함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꾹 눌러 참고 대신 심호흡을 하면서 방마다 돌아 다니면서 불을 끈다.
참 이상한 버릇도 있지,도대체 남편은 한번 불을 켜면 끌 줄을 모른다.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불을 켜기는 켰는데 볼 일을 보고 나오면서는 불끄는 걸 잊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땐 훤한 대낮에도 온 집안의 불이 다 켜져 있을 때도 있다.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부부로 만나야 잘 산다던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참 잘 만난 것 같다.
우리는 성격과 취향이 완전 반대이다. 남편은 침착하고 냉철한 성격에 생긴 것 마저도 이지적이고 차가운 반면 나는 수다스럽고 활발한 성격에 생긴 것 또한 푸근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깔끔하고 단정하게 생긴 남편의 생활습관은 참으로 가관이다.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서랍은 그의 손을 한번 탔다하면 온통 뒤죽박죽이 되기 일쑤이다. 생전 정리정돈이라는 걸 모른다. 남편보다 늦게 퇴근한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그의 옷들을 줏어다 옷장에 거는 일 일 정도이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내가 손을 안대는 곳이 그의 책상인데 컴퓨터 부품이며 책, 서류등으로 책상 표면이 안보일 정도라 어떤 게 버릴 것이고 어떤 게 쓰는 것인지 분간이 안되기 때문이다 (마음같아선 몽땅 다 갖다가 쓰레기통에 버렸으면 좋겠다!) 특히 서랍안은 온갖 잡동사니로 뒤범벅이다. 그런 어수선한 책상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참 신기할 지경이다.
그런데 나는 주위가 조금이라도 어질러져 있으면 정신이 산만해지는 성격이다.
집안에 자질구레한 물건이나 살림살이가 많은 것도 질색이어서 딱 있어야 할 것 만 있지만 그마저도 항상 제자리에 반듯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에 나온 잭 니콜슨처럼 위생에 강박관념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정리정돈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내 평소 습관이다.
항상 바깥에서만 만나다가 지난 번 집들이 때 처음 우리집에 와 본 S부부는 '세상에, 이미지랑(내 이미지가 어떻길래?)완전히 틀리네!' 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위의 글만 놓고 본다면 평소 생활습관 때문에 싸움을 엄청 할 것 같지만 우리는 싸움을 별로 안하고 산다.물론 처음엔 남편의 이런 버릇때문에 잔소리도 하고 화도 내면서 티격태격 했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가, 싸움이 중단된 것이..
재작년 봄 쯤이었던가 보다.
하루는 남편이 뜬금없이 헤드세트를 사들고 들어 왔다. 앞으로 음악감상할 때처럼 헤드세트를 이용해 텔레비젼을 볼 거라면서.
우리집은 거실이 부엌이랑 붙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부엌 일을 할 때는 싱크대 문 여닫는 소리, 그릇 탕탕 내려 놓는 소리등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 지 도대체 텔레비젼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나는 부엌일을 후다닥 금방 해치우는 대신 좀 거칠게 하므로 소리가 많이 난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부엌에 을 하고 있을 때 텔레비젼을 볼 때는 헤드세트를 쓰고 보려고 사 왔단다.
세상에!오죽 내가 내는 소리가 시끄러웠으면...
미안한 마음에 얼굴까지 붉어지며 그럼 좀 주의 해달라고 얘기를 하지 그랬냐니까 그가 말했다.
"내 불 못 끄는 버릇, 아무리 잔소리 해도 못고치 듯 40여년을 굳어온 버릇인데 내가 이야기 한다고 고쳐지겠냐?나쁜 버릇들을 고치기에는 우리는 너무 늙었다. 그러려니 하고 차라리 그 나쁜 버릇들을 존중해주는 게 편하지"
그랬다.
이후 설거지를 할 때마다, 싱크대 문을 여닫을 때마다 소리를 안 내려고 갖은 조심과 노력을 다 해보았지만 허사였다.처음 얼마동안은 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시 쾅쾅 소리를 내며 싱크 문을 여닫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사 제쳐두고 이 버릇 고치는데만 죽기살기로 노력하면 모를까, 한 두번의 결심으로 40년을 이어온 버릇이 고쳐지기는 아닌 게 아니라 무리란 걸 깨달았다.
그 다음부터는 절대 남편의 나쁜 버릇에 잔소리를 않게 되었는데 잔소리가 없어지니 부부싸움도 없어진 건 두말 할 것도 없다.
이민 17년의 주부가 쓴 미국 생활 이야기가 http://kyesook.com 에 더 있습니다.
방이란 방의 불, 목욕탕, 하다 못해 차고까지 온 집안의 불은 모조리 다 커져있다. 게다가 거실의 텔레비젼은 보는 사람도 없이 혼자 왕왕 떠들고 있다.
이럴 때 화가 안난다면 그는 인간이 아닐 것이다.
열이 머리끝까지 뻗치는 동시에 "손가락이 부러졌냐? 왜 이놈의 불을 못끄냐?" 는 고함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꾹 눌러 참고 대신 심호흡을 하면서 방마다 돌아 다니면서 불을 끈다.
참 이상한 버릇도 있지,도대체 남편은 한번 불을 켜면 끌 줄을 모른다.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불을 켜기는 켰는데 볼 일을 보고 나오면서는 불끄는 걸 잊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땐 훤한 대낮에도 온 집안의 불이 다 켜져 있을 때도 있다.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부부로 만나야 잘 산다던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참 잘 만난 것 같다.
우리는 성격과 취향이 완전 반대이다. 남편은 침착하고 냉철한 성격에 생긴 것 마저도 이지적이고 차가운 반면 나는 수다스럽고 활발한 성격에 생긴 것 또한 푸근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깔끔하고 단정하게 생긴 남편의 생활습관은 참으로 가관이다.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서랍은 그의 손을 한번 탔다하면 온통 뒤죽박죽이 되기 일쑤이다. 생전 정리정돈이라는 걸 모른다. 남편보다 늦게 퇴근한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그의 옷들을 줏어다 옷장에 거는 일 일 정도이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내가 손을 안대는 곳이 그의 책상인데 컴퓨터 부품이며 책, 서류등으로 책상 표면이 안보일 정도라 어떤 게 버릴 것이고 어떤 게 쓰는 것인지 분간이 안되기 때문이다 (마음같아선 몽땅 다 갖다가 쓰레기통에 버렸으면 좋겠다!) 특히 서랍안은 온갖 잡동사니로 뒤범벅이다. 그런 어수선한 책상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참 신기할 지경이다.
그런데 나는 주위가 조금이라도 어질러져 있으면 정신이 산만해지는 성격이다.
집안에 자질구레한 물건이나 살림살이가 많은 것도 질색이어서 딱 있어야 할 것 만 있지만 그마저도 항상 제자리에 반듯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에 나온 잭 니콜슨처럼 위생에 강박관념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정리정돈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내 평소 습관이다.
항상 바깥에서만 만나다가 지난 번 집들이 때 처음 우리집에 와 본 S부부는 '세상에, 이미지랑(내 이미지가 어떻길래?)완전히 틀리네!' 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위의 글만 놓고 본다면 평소 생활습관 때문에 싸움을 엄청 할 것 같지만 우리는 싸움을 별로 안하고 산다.물론 처음엔 남편의 이런 버릇때문에 잔소리도 하고 화도 내면서 티격태격 했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가, 싸움이 중단된 것이..
재작년 봄 쯤이었던가 보다.
하루는 남편이 뜬금없이 헤드세트를 사들고 들어 왔다. 앞으로 음악감상할 때처럼 헤드세트를 이용해 텔레비젼을 볼 거라면서.
우리집은 거실이 부엌이랑 붙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부엌 일을 할 때는 싱크대 문 여닫는 소리, 그릇 탕탕 내려 놓는 소리등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 지 도대체 텔레비젼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나는 부엌일을 후다닥 금방 해치우는 대신 좀 거칠게 하므로 소리가 많이 난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부엌에 을 하고 있을 때 텔레비젼을 볼 때는 헤드세트를 쓰고 보려고 사 왔단다.
세상에!오죽 내가 내는 소리가 시끄러웠으면...
미안한 마음에 얼굴까지 붉어지며 그럼 좀 주의 해달라고 얘기를 하지 그랬냐니까 그가 말했다.
"내 불 못 끄는 버릇, 아무리 잔소리 해도 못고치 듯 40여년을 굳어온 버릇인데 내가 이야기 한다고 고쳐지겠냐?나쁜 버릇들을 고치기에는 우리는 너무 늙었다. 그러려니 하고 차라리 그 나쁜 버릇들을 존중해주는 게 편하지"
그랬다.
이후 설거지를 할 때마다, 싱크대 문을 여닫을 때마다 소리를 안 내려고 갖은 조심과 노력을 다 해보았지만 허사였다.처음 얼마동안은 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다시 쾅쾅 소리를 내며 싱크 문을 여닫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사 제쳐두고 이 버릇 고치는데만 죽기살기로 노력하면 모를까, 한 두번의 결심으로 40년을 이어온 버릇이 고쳐지기는 아닌 게 아니라 무리란 걸 깨달았다.
그 다음부터는 절대 남편의 나쁜 버릇에 잔소리를 않게 되었는데 잔소리가 없어지니 부부싸움도 없어진 건 두말 할 것도 없다.
이민 17년의 주부가 쓴 미국 생활 이야기가 http://kyesook.com 에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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