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깊숙히 남부바람을 쐬는 사람들과 근사한 하루 나들이 했다.  세상의 경이로운 곳들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구경해도 정작 본인들이 사는 지역의 본체인 주위 환경은 둘러 보지 않는다는 한 정치인의 한숨 덕이다.  

몽고메리에서 남서쪽으로 한시간 반거리, Black Belt Treasures Gallery가 있는 켐든으로 3 사람이 출발했다.  원래 기름진 검은 토양의 목화농사가 잘 되는 남부지역을 블랙벨트라 불렀다.  면직물업계가 거의 폐업한 상황에 목화 농사도 줄었고 농업에서 손 떼는 농부들도 늘면서 앨라바마에서 블랙벨트라 부르는 중서부의 18 카운티는 모든 면에서 지극히 낙후된 지역이다.

몇년전부터 주지사가 블랙벨트 특별 위원회를 구성해서 광범하고 도로 환경도 열악한 이 지역의 개발을 위한 많은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켐든에 있는 Black Belt Treasures Gallery 는 남부의 생활 모습을 여러 형태로 작품화 시킨 장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고 파는 관광 명소다.

이왕 나선 길, 켐든 가는 길에 퀼트로 이름난 Gee’s Bend 를 들리자고 의견이 모였다.  셀마를 지나서 지스벤드로 향하는 시골길은 척박했다.  드문 드문 트레일러 집들과 버려진 옛집들 사이로 예전에 목화농사를 거대하게 일구던 농토들은 거의 내 버려져 있었다.  간혹 본 옥수수 밭들은 가뭄에 타버린 안타까운 상태였고 무성한 길가의 잡풀들까지 태양아래 노출된 빈곤이었다.  가난한 카운티에 무슨 대단한 재정이 있어서 깔끔하게 도로변을 가꾸겠나 싶어 애처로웠다.

지스벤드는 깡촌이었다.  변변한 거리나 건물도 없었지만 어쩌다 사람이 보이는 한적한 지역으로 꼭 백년전의 환경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트레일러에 모아서 파는 이곳의 퀼트는 유명세가 보태져서 엄청 비쌌다.  몇 백불에서 5천불이 넘는 가격표가 달려 있어서 슬쩍 둘러 보고 나왔다.  향토성이 짙은, 단순하고 투박한 패턴의 퀼트에 가슴은 가지만 주머니는 따라가지 않았다.

옆의 노인정에서 퀼트를 만들던 여자들을 만났다.  보통 집에서 만들지만, 모여서 함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는데 한 할머니는 80이 훨씬 넘었지만 손 놀림이 유연했다.  한 여자는 가만히 미소만 지을뿐 바늘 잡은 손으로 한꺼번에 재빨리 4-5 뜨기를 하며 내 수다에 귀를 기울였다.  막대에 못으로 담요를 고정시킨 간단한 장비를 사용하듯 이들의 삶도 단순해 보였다.  그래도 TV를 통해서 밖의 세상 돌아 가는 일들 잘 알고 있었다.  

퀼트들과 인사한후 지스벤드에서 켐든으로 하루에 5번씩 운항하는 페리를 탔다.  편도에 1.3마일 거리인 앨라바마 강길을 검게 거슬린 뱃사람들이 들려주던 재밌는 지역 이야기를 들으며 건넜다.  뜨거운 태양빛에 번쩍이는 강물에서 팔뚝만한 물고기가 뛰었고 푸른 하늘의 구름은 우리와 함께 느긋하게 움직였다.  

육지에 내려서 한 10분 운전거리인 켐든에서 예전의 영화를 느끼게 해 준 옛 농장 저택들의 아름다움을 봤다.  1870년에 지은 교회문의 오묘한 조각에 감탄하고 남부음식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목적지인 블랙벨트 기념품 가게에서 다양한 그림과 도자기, 공예작품, 의복, 책들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희로애락 정감이 흠뻑 담겨 있는 275명이 넘는 블랙벨트 지역의 장인들 작품이었는데 유명세로 역시 가격이 좀 비쌌다.  손으로 만든, one-of-a-kind 인 남부문화가 철철 배인 독특한 물건들이라 정겨운 고향 물건처럼 애착이 갔다.  사무실옆 벽의 지도에는 전국 39주와 12 나라에서 찾아온 방문객들 표시가 있었다.  

함께 나들이한 2명의 토박이 중년 남자들은 오며가며 흙과 사는 농부들의 애환과 대대로 역사를 만들며 사는 보통사람들에 얽힌 사연이며 거미줄같은 남부의 작은 도시 정치판 소문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었다.

목화밭 앞에서 앨라바마의 이야기꾼이 풀어 나가는 민속 이야기에는 퀼트의 사연과 공예가들의 삶에  불루그래스 밴조의 음악이 따랐다.  이야기속에는 자연에 적응하며 사는 이곳 사람들 나름의 복잡한 세상살이가 있었다.  세상의 명소보다 가까운, 내 사는 지역의 본체를 찾아본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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