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읽어보면 무섭기도하고, 향후 10년이후 과연 미국이 그때가지도 살기편한 곳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미국도 소비를 좀 줄여야 할텐데...





기업이나 가정에서 부도가 나는 것은 버는 것보다 빚이 많을 때다. 빚이 많아서 이자마저 갚지 못할 경우 개인은 신용불량자가 되고 기업은 부도를 맞는다. 국가라고 다르지 않다. 국민의 씀씀이가 헤퍼져 빚이 늘어나면 해외에 자산을 매각하거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자금 여유가 있는 나라에서 돈을 구걸해야 한다. 한국도 불과 9년 전 외환위기라는 치욕을 맛보면서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맸고, 많은 자산이 헐값으로 해외자본에 넘어갔다.

1996년 한국은 143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4%를 넘어서자 곧바로 다음해 외환위기에 빠졌다. 이런 상황은 정도의 차이일 뿐 여타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1996년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로 볼 때 태국은 7.9%, 인도네시아는 2.9%를 기록하면서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먼저 외환위기에 빠져 IMF의 가혹한 처방을 받았다. 멕시코·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뿐 아니라 스웨덴·핀란드와 같은 선진국들도 해외 빚 때문에 한국과 유사한 외환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예외인 나라가 있다. 미국은 최근 4년 연속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4%를 넘었고, IMF 전망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는 6.5%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당시의 한국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그러나 외환위기는커녕 오히려 높은 고성장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왜 미국만 예외인가?

왜 미국만 예외인가

경제 논리상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 그리고 부족한 만큼의 외자를 수혈받아야 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가장 큰 미국만은 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2005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약 8000억 달러이며 그동안 쌓인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무려 5조3000억 달러다. 이는 2005년 말 기준 GDP 12조5000억 달러의 42%에 이른다. 이 얘기는 미국이 빚을 전부 갚으려면 1년 중 5개월은 생산만 하고 전혀 소비하지 않아야 갚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올해에도 800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내년에는 한 해의 절반인 6개월간 생산만 해야 빚을 갚을 수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왜 미국은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에도 끄덕 없는가? 더구나 달러 가치에도 큰 변화가 없다. 바로 이 현상을 규명하는 것이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미래학자인 레스터 서로는 이에 대해 미국이 지나친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세계가 1년에 4% 성장한다면, 미국은 경상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영원히 연 3%만 성장해야 한다. ‘영원히’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영원히’는 세계 평균보다 매년 1%포인트 적게 성장해도 경상수지 적자를 갚을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이렇게 경상수지 문제가 치유 불가능의 상태에 돌입하고 있는데 이를 다른 용어로 ‘글로벌 불균형’이라고 한다.

이상한 것은 이런 어려운 상태에서도 달러 가치가 지켜지는데다,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간단한 답은 미국 이외 국가들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외환위기에서 탈출했듯이 미국도 끊임없이 해외에서 자금을 흡수해 국제수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어떻게 자금을 흡수할까? 2004년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 자금 흡수 과정을 ‘신비로운 길’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포의 균형’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정말 신비로운 것은 미국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이 별다른 정책이나 미국의 강요가 없는 상태에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자진 납세’ 현상

<그림: 신비로운 길의 흐름도>를 보자. 제조업이 약한 미국은 공산품과 원자재를 대규모로 수입할 때 그 대가로 달러를 지불한다(기초 자본순환). 수출대금으로 달러를 받은 국가에서는 달러가 쌓일 것이고, 이들 국가는 이런 여유 달러로 미국의 예금이나 국채, 그리고 주식을 매수한다. 중동이나 유럽 국가처럼 미국과의 무역 비중이 작은 국가들도 외환보유액을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자동으로 해결됨과 동시에 자금까지 풍부해지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한다.



자금이 풍부해진 미국 경제는 과소비를 통해 고성장을 이룬다. 그리고 일부 자금은 다시 미국 이외 국가의 주식·채권이나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에 재투자된다(2차 자본순환). 이것이 바로 ‘신비로운 길’이다. 미국 이외 국가나 개인 간의 상거래에서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경제력보다 더 많이 소비하지만 부족한 자금을 공산품을 수출한 국가가 대신 갚아 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미국의 입장에서는 정말 신비롭다.

얼마나 경이로운(?) 현상인지 현재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시니어 부시 전 대통령조차 이를 주술(Voodoo) 경제학이라고 평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신비로운 길이 무너지면 세계는 대재앙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런 국제자본 흐름의 균형을 ‘공포의 균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기업이 부도 위기를 맞을 경우 오히려 은행 등 채권단에 큰소리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빚 독촉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내가 부도가 나면 당신 은행도 안전할 수 없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추가로 자금을 빌려주면 자력갱생하겠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렇게 적반하장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부도 위기에 있는 기업이 매우 커야 하며 부채도 엄청나야 한다. 부도가 날 경우 채권단의 타격도 커야 한다. 현재의 미국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올해 말이 되면 누적 경상수지 적자가 6조 달러를 넘긴다는 것은 엄청난 부채공화국이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에는 환율 절상 압력을 넣기도 하고, FTA 협상에서 보여주듯이 농산물이나 영화시장 개방을 강요한다. 묘한 것은 대개 이런 나라들은 달러를 대규모로 보유한 미국의 채권국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앞에서는 고개를 떨군다.

세계 경제 세 가지 장악 비결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도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제수지 균형을 이룬 유럽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이후 미국은 연평균 2.6% 성장했지만 선진 유럽연합(EU) 지역은 1.8%, 일본은 1.7% 성장에 그쳤다. 실업률에서도 미국은 4.8%에 불과하지만 독일은 10.6%, 프랑스는 8.9%나 된다. 같은 기간 중 유가는 3배 올랐고, 미국은 9·11테러를 겪었고 이라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왜 부채투성이의 미국은 건재한 것일까?

첫째 이유는 미국이 여타 국가에 비해 너무 강하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미국이 강하기 때문에 달러도 강하다. 물론 미국이 해외에 진 빚, 즉 누적 경상수지 적자 6조 달러를 한꺼번에 갚으라고 한다면 미국은 바로 외환위기에 빠진다. 그러나 지금 달러는 전 세계 공용 화폐다. 달러는 남대문 시장뿐 아니라 북한, 태국의 푸껫, 중국의 오지에서도 자국 화폐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높은 대접을 받는다. 이를 기축통화 효과, 일명 세뇨리지(seigniorage) 효과라고 한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상거래는 달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금융거래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이나 많은 통계도 달러 기준으로 작성된다.

이런 현실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도 달러 가치를 지키는 일을 우선시하게 만든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대부분 대량살상무기(WMD)나 원유 때문에 이라크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라크가 수출 원유 대금 결제를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한 것도 큰 배경이었다.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하는 한 달러는 가장 안전한 통화가 된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국가 금융기관의 외국인 지분율은 매우 높다. 한국에서는 불과 8년 만에 상장 시중은행 소유권의 70%가 해외투자가에게 넘어갔다. 일본과 중국도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로 해외 자금이 출자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결과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식시장 전체의 외국인 지분보다 금융기관의 외국인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시장 전체의 외국인 지분율은 40%이지만 은행은 70%다.

이런 현상은 금융기관의 세계화 움직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을 매수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미국계 금융기관을 경유해 투자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익숙한 골드먼 삭스,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은행뿐 아니라 론스타 등 사모펀드가 바로 은행을 매수하는 해외 자금의 정체다. 그렇다면 이 외국인 투자가들의 국적은 어디일까. 이에 대한 통계는 불분명하지만 이들이 미국과 달러 가치의 안정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근거는 있다. 이들 금융기관의 본점 소재지는 미국이다. 모든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는 미국의 회계 기준을 따른다. 이 금융기관에 투자한 투자가들은 달러를 기준으로 경영상태를 평가한다. 또한 운용자산도 대부분 기축통화인 달러로 표시된다. 이런 현상은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따라서 달러 가치의 급변동은 이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경영상 최대 위협이 된다. 또한 글로벌 금융기관에 투자하는 투자가들도 주식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의 기업이나 개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인과관계 때문에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영향권에서 달러 방어의 첨병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미국은 전 세계 금융기관을 지배하고 있다. 이것이 둘째 이유다.


▶세계화의 토대이자 매개체인 달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달러가 출렁거리면 세계 경제가 들썩거린다.


셋째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기록한 국가들이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미국의 국채 등 달러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이런 현상이 매우 심한데, 미국과 환율 전쟁 중인 중국의 경우 미국 국채를 6353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2006년 상반기 현재). 또 중동 국가들은 원유 수출대금인 오일머니를 대부분 유럽계 은행에 예금한다. 그러나 유럽계 은행은 유럽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오일머니를 미국의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한다. 지난해 말 기준 7대 원유 수출국의 해외 증권투자는 3431억 달러나 된다. 결과적으로 오일머니는 미국 국채에 투자되어 미국의 외환위기를 막아주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금 흐름에서 비극적인 아이러니가 탄생한다. 신비로운 길을 통해 중동의 원유 수출 대금이 미국 국채 매수에 사용된 결과, 중동 자금이 미국의 이라크 전비를 일부 대주는 ‘이상한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달러 가치의 하락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자산 가격의 폭락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가 달러를 매개로 미국계 금융기관이라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미국의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명칭이 바뀌었다. 미국이 초과 소비한 결과물인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에서 외환위기를 방어하는 셈이다.

中 인민은행 총재의 무례

2005년 2월 22일 일부 언론에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할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보도가 나가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외환시장은 크게 출렁이면서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 당황한 한국은행은 다음날 급히 이를 부인했고 달러 자산 보유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자본시장에서 ‘BOK(한국은행) 쇼크’라고 불린 사건이었다. 같은 시기 일본의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외환보유액의 국가별 통화 비중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일본 재무성이 총리의 발언을 즉각 부인하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두 해프닝은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강력한 달러의 위상에 뭔가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가 한국은행 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약해진 것은 역시 누적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너무 많고, 부족한 자금을 동아시아 특정 국가들이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 주요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2006년 7월 현재 중국 9411억 달러, 일본 8719억 달러, 한국 2257억 달러, 대만 2604억 달러 등 총 2조7192억 달러이고, 4개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1000억 달러다. 따라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일거에 미국의 국채를 내다 팔면 미국은 바로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외환위기를 막아주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수시로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한다. 그러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가질 거의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중국 압박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면 중국은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을 줄이겠다고 간접적으로 위협한다. 달러 대신 금(金)으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숨기지 않는다. 이미 중국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 자산 비중은 2004년 82%에서 현재는 70%대 초반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해 중국의 인민은행 총재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의 통화 절상 압력에 대해 ‘당신들이나 잘하세요’라는 무례한 언사를 했지만 미국은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화 덫에 걸렸나

이런 모순된 상황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조그만 충격에도 달러 가치가 요동친다. 과거에는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 안정 통화인 달러 가치가 상승했지만 지금은 거의 영향이 없거나 때로는 약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유가가 오르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 결과 미국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달러 약세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미국이 17회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상했지만 미국인들은 해외자산 투자를 늘렸다. 미국의 투자가들은 BRICs 등 이머징 마켓, 10여 년의 구조조정 후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일본이나 독일 등 미국 이외 지역으로 투자처를 늘리고 있다. 반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던 동아시아 국가들과 중동의 오일머니만이 미국 투자를 늘렸다. 미국인의 해외 투자가 늘어갈수록 달러 방어는 힘들어진다.

하지만 현명한(?) 미국 투자가들은 달러를 회피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약 3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해외 투자자산이 미국으로 회귀할 것인가의 여부가 미국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나 미국 최고의 경제 분석가인 스티븐 로치도 달러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아이러니다. 국경 없는 자본주의, 다시 말해 자금 흐름의 세계화가 정착되면서 표면적으로 미국이 글로벌 유동성을 조정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 내 투자가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덫’에 걸린 것이다.

달러 가치의 안정 여부는 세계 경제의 최대 과제다. 언젠가는 이 ‘신비로운 길’이 무너질 것이다. 미국은 물론 달러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은 신비로운 길이 사라질 때 엄청난 혼란을 겪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는 몇 번의 조짐을 보인 후 일순간에 오는 것이 역사의 법칙이다. 당장 위기가 닥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0년 이후라는 긴 그림 속에서 보면 전조 증세는 벌써 여러 곳에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집 사도 괜찮을까


한국뿐 아니라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에서도 부동산 시장은 항상 골칫거리다. 너무 오를 경우 물가를 비롯한 경제에 부담을 주고 하락할 경우에는 소비가 급속히 줄어든다. 현재 한국은 개인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3%로 추산된다. 독일이나 네덜란드도 70%를 넘었고, 미국도 60%나 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에 싸여 있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이민자, 베이비붐 세대(1945~1955) 자녀들의 결혼 적령기 진입 같은 인구구조적 특성, 높은 이혼율과 단독 가구의 증가, 그리고 전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결과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 위한 수요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의 평균 건평은 약 2300평방피트(약 64평)다. 프랑스 주택은 평균 946평방피트(26.4평), 독일 932평방피트(26평), 스페인 917평방피트(25.6평)에 비해 훨씬 크다. 공공 임대주택을 선호하는 유럽에 비해 미국은 자가 주택을 선호해서다. 자가 주택 보유 비율은 미국이 전체 가구의 68%나 되지만 프랑스는 54%, 독일은 43%, 그리고 스위스는 30%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은 다양한 주택금융 제도를 이용해 대부분의 주택은 융자로 구입한다. 평균적으로 주택가격에서 융자금의 비율은 70%를 넘는다. 따라서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주택 수요가 늘어 가격도 상승한다. 21세기 이후 미국 주택 가격 상승 원인 중 저금리 현상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은행 융자로 평수를 넓히고 새로운 집을 짓고 있지만, 개인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부담은 사상 최고 수준인 130%다.

최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고, 대출금리 또한 오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내년 초까지 미국의 주택경기는 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미국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의 소비 감소와 수입 축소로 우리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미국에 집을 사야 할까.  
게시글 주소 복사하기 (파폭,크롬에서 실행되지 않습니다.)

도레미 활성화를 위해서 자주 가시는 사이트에 링크해주세요. 감사 ^^;

추천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