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앨라바마 주지사가 공식 성명서를 냈다.  주민들에게 집에서나 교회에서 매일 비가 오도록 기도해 달라면서 6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를 ‘비를 기원하는 기도의 날들’ 로 선언했다.  전례없는 주지사의 비를 구하는 기도의 날들에 대한 선언이 좀 엉뚱하지만, 이곳은 신앙이 두터운 남부 Bible Belt 지역이고, 가뭄의 피해가 워낙 심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무엇인들 못하리 싶다.  

앨라배미안들의 생활 중심에는 강한 신앙심이 있다.  몇년전에 주 대법원장이 법원청사에 십계명이 새겨진 기념비를 전시해서 전국의 따가운 시선을 이곳에 몰아 온 적이 있다.  한동안의 드라마후에, 그의 유명한 십계명의 기념비는 대법원 청사를 떠났고 결국 그도 밀려서 법원을 떠났다.  편견을 내포하지 않은, Politically correct 한 말들 하며 세상 눈치에 민감하기 보다는 오히려 전통과 고집이 강하고, 선명하게 색갈을 보일줄 아는 주민들이다.  

주지사의 선언에 따라 지난 일요일 특별히 비를 구하는 기도를 한 교회들과 주민들이 많다. 어떤 교회에서는 비를 구하는 기도모임을 3시간동안 했다는 뉴스도 있다.  기도를 들으신 하느님의 은총인지 자연의 순리인지, 아무튼 주말과 월요일에 비가 잠깐 내렸고 매일 흐리고 개었다 한다.  화들짝 한바탕 비가 지나간후 덥고 쨍한 날씨 계속되지만 그래도 약간 갈증은 풀었다.

요즈음 타들어 가는 옥수수밭을 아예 밀어버리는 농부들이 많다.  이번에 농무부장관이 앨라바마를 가뭄재해지역으로 선포해서 이제 농부들은 이자가 싼 긴급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백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용설란 꽃이 피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살면서 운좋게 한번 만날 기회라며 직장동료들과 몇이서 이 꽃을 찾아 나섰다.  주택가를 한참 돌다가 찾아간 한 집의 뒤뜰에 높이 10피트가 넘는 웅장한 선인장이 있었다.  그 중앙에서 가늘고 긴, 꽃 줄기가 우뚝 쏟아 올라서 엷은 노란색의 꽃덩어리들을 피웠다.  보통 40 피트까지 높이 꽃을 피운다는데 이곳에 핀 꽃도 35피트가 훨씬 넘는단다.  멀찍히 서서 고개를 젖히고 보니 높이 핀 꽃덩어리들은 그저 신비스럽기만 했다.    

아리조나의 사막지처럼 심한 더위와 건조상태가 촉매역활을 했단다.  용설란은 보통 10년산 이상이 꽃을 피우고, 딱 한번 꽃을 피우고 나면 곧 죽는다는 선인장과의 식물이다.  이름이 Century Plant 이지 사실 이 선인장의 수명은 대략 25년 정도이라는데 이번에 꽃을 피운 용설란은 1992년에 주인이 심었다 한다.    

소문듣고 찾아 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지 주인은 아예 내다 보지도 않았고 우리는 조용히 용설란 주위를 서성이며 감탄했다.  식물도 이렇게 환경에 민감한데, 하물며 느낌 가진 사람은 오죽할까.  자연조건에 목 매는 농부가 아니더라도 계속되는 건조상태에 갈증나서 속 터지는 사람들 많다.      

건조한 날씨 덕분에 특이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 용설란을 봤지만, 예년처럼 좀 축축하고 싱싱한 환경이 그립다.  비가 주룩주룩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은 주지사의 비를 구하는 기도에 동참한다.  그리고 홍수로 고난을 치르는 텍사스와 오클라호마주 소식은 엉뚱한 생각도 만든다.  쨍하고 더운 날씨에 잔디밭의 흙이 세계지도를 그리며 갈라진 것을 보며 차라리 태풍이라도 반갑게 맞을 기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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